기존 노면 대중교통수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트램과 BRT의 장점만을 결합한 새로운 교통수단인 ‘TRT’ 개발을 위한 청사진이 마련돼 귀추가 주목된다.
‘TRT(무궤도 급행대중교통체계, Trackless Rapid Transit’는 트램과 BRT(Bus Rapid Transit, 간선급행버스체계)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신교통수단으로, 버스의 유연성과 비용 효율성, 철도 수준의 수송능력과 정시성, 안전성, 신뢰성, 편의성을 결합한 형태다.
이 기술은 향후 도시철도 등 고급 대중교통수단 도입이 어려운 지방 중소도시들에도 도시철도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국가균형성장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트램 · BRT 장점 ‘결합’ 버스 유연성과 철도 수송 능력 등 안전성 도모
수소 배터리 등 무탄소 에너지원 기반 BRT 차로에서 150명 이상 수송
최고속도 시속 70km 곡선반경 약 12m 설계수명 25년 내외 차량 제작
현재 버스와 지하철은 도시대중교통을 대표하는 수단 중 지하철은 도시의 주요 간선축에서 운행되며 대량·고속 수송을 담당하고, 버스는 지선축을 담당하거나 접근 교통수단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의 경우 높은 사업비로 인해 주요 대도시 외에는 건설·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버스는 정시성과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교통약자들이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들이 제기되며 2000년대에 들어 BRT와 경전철이 각각 도입, 운영되고 있다.
현재 BRT는 세계적 수준의 BRT를 구축한 세종시와는 달리 다른 도시에서는 일반시내버스들이 주행하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수준에 머물러 BRT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전철도 여전히 높은 비용 부담과 오랜 건설 기간, 낮은 노선 유연성, 교통약자 이용 불편, 높은 운영비 등으로 건설은 물론 운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노면전차(트램) 도입과 활성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정,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서울(위례), 대전, 울산, 화성(동탄) 등 4개 도시에서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곧 서울 위례신도시에서 신형 트램이 개통될 예정이다.
트램은 타 도시철도수단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비와 평면 승하차를 통한 교통약자 접근성 강화, 도시 미관 및 재생 효과 제고 등 여러 장점들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도시철도시스템인 트램도 1km당 400억 수준의 예상보다 높은 사업비와 과다한 사업 추진 기간 등의 한계로 인해 중소도시 등에서는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각 지자체별 도시철도망구축계획에 수립된 56개 노선 중 57%인 32개 노선이 트램으로 계획돼 있는 가운데 이 중 위례 등 4개 도시를 제외한 도시들에서의 트램 사업은 경제성, 수요,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추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최근 해외를 중심으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TRT 개발과 실증을 위한 기획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 연구는 수소, 배터리 등 무탄소 에너지원 기반의 BRT 차로에서 운행하며 최대 150명 이상을 동시에 수송할 수 있는 도시철도급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초대용량 신교통형 TRT 전용차량(K-TRT, K-Trackless Rapid Transit)’ 및 운영시스템 개발·실증 연구다.
연구내용
연구진은 현재 ‘K-TRT 차량 개발’ 분야에서 3모듈 1편성, 정원 최대 150명, 고무 차륜, 최고속도 70km/h, 곡선반경 약 12m, 제작사 설계수명 25년 내외를 만족시키는 K-TRT 차량 개발을 위한 기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 지형과 도로 여건에 적합한 전기, 수소 등 동력원 선정과 저비용 대량생산 대비 국산화 기술 개발을 위한 초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또한, 제동·조향·굴절장치와 에너지 저장 플랫폼, 정밀 정차 유도장치, 안전장치, 저상 서스펜션 장치 등 초대용량 차량 적용을 위한 단위 기술 개발 연구와 함께 고무차륜 무궤도 이중굴절차량 형태의 시제차 제작을 위한 가이드 라인 마련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K-TRT 관제운영시스템’ 개발 분야에서는 고무차륜 차량 특성을 반영하고 노면전차 수준의 신뢰성을 구비한 관제 및 운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반 연구를 비롯해 기존 S-BRT 관제시스템과 노면전차 관제시스템의 특성을 융합 및 최적화, 저비용·고효율의 관제시스템 개발을 위한 기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BRT 정류장 고급화 기술’ 개발 분야에서는 공사 기간 단축 및 유연한 확장성을 갖는 모듈형 BRT 정류장의 요구사항 정의, 표준 제원 작성 및 디자인 구성, 실증 운영을 위한 현장 구조물 제작을 위한 밑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현재 초대용량 전용차량 정류장 정밀정차 유도 기술 개발 연구에서는 차량-정류장 간 V2I 인터페이스 개발, 정류장 진입 시 정밀정차 유도 자동 조향 기술, 정류장 설치형 안전 발판 기술 등 핵심 개발 기술을 도출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기술 개발 연구와 함께 실증 연구를 위한 기획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실증 기획 연구에는 실증사업 대상지 지자체 공모 후 최적지 선정, 차량·관제·정류장 등 연구개발 성과물의 현장 설치 후 실증 운영, 성능 검증 및 개선사항 도출, 실용화 및 시장성 확보 방안 수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K-TRT 기능 요구사항 정의 및 인증 기준과 함께 전용차량 관련 법·제도 개정 방안 수립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기획 연구가 오는 2027년 국가 R&D 과제로 진행될 경우 향후 4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K-TRT 차량시스템을 비롯해 인프라, 관제 및 운영시스템, 법·제도 개선, 지자체 실증사업 등에 나설 계획이다.
차량시스템의 경우 차량 가격 25억 원, 기대수명 25년, 부품국산화율 90% 수준의 3량 신교통형 전용차량을 제작할 예정이다.
인프라 부문에서는 차량-정류장 간 간격 15cm 수준의 근접 정차시스템과 공장 대량생산을 통한 저비용 모듈형 BRT 전용정류장 개발에도 나선다.
특히, K-TRT 시스템 인증·운영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함께 개발 성과의 현장 적용을 위한 지자체 대상 실증사업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인 / 터 / 뷰
‘신 교통형 BRT 전용 차량’ 정의
국내 법규 등 차량 제원 선정 집중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동규 실장은 “이번 연구는 실제 연구 개발에 들어가기에 앞서 연구개발의 범위 설정, 타당성 검토 등을 수행하고 있는 기획 연구”라며,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교통시스템에 대한 정의와 요구사항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획연구에서 K-TRT시스템의 실용화를 위한 발판 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30m 규모의 도시철도급 차체에 고무바퀴를 적용한 K-TRT 차량은 국내 현행법으로는 규정할 수 없어 도로상 운행이 불가능해 연구진은 K-TRT시스템을 BRT특별법 상 ‘신교통형BRT전용차량’으로 정의했다.
오 실장은 “BRT전용차량의 경우 현재 ‘일반형 전용차량’과 ‘신교통형 전용차량’으로 구분하고 있는 BRT특별법 상 K-TRT시스템은 ‘신교통형 전용차량’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다”며, “이는 차량의 사용 연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BRT특별법에서 ‘일반형 전용차량’의 경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시내버스 규정을 적용받도록 명시돼 있어 만약 새로 개발하는 차량이 일반형 전용차량으로 인정되는 경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사용 연한은 9년(2년 연장 가능)으로 제한받게 된다.
이에 연구진은 K-TRT 차량과 같은 고가의 차량을 운영사나 지자체가 구입 후 평균 10년 내외로 사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실용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신교통형 전용차량의 차량 사용 연한에 대한 정의는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향후 연구개발 과정 중 법·제도 개정을 통해 기술적인 안정성과 신뢰성, 내구성 등을 갖출 경우 사용연한을 늘릴 수 있도록 추진하고, 인증기준과 제도 등을 동시에 수립해 신교통형 전용차량으로 인정받아 차량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트램 비 차량 구입 50% 건설비 33% 수준 추진
이와 함께 연구진은 국내 법규를 만족하는 동시에 국내 실정에 맞는 차량의 제원을 정하는 연구에도 집중했다.
오 실장은 “국내 도로법상 최소 회전반경, 축하중 등을 만족하면서 차량-정류장 간 근접 정차, 차량의 수명과 목표 가격 등도 국내 법규와 도로 여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목표치를 각각 설정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실용화 단계에서 해외 수출까지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오 실장은 기대효과에 대해 “K-TRT시스템은 트램 대비 3분의 1 수준의 건설이 가능하고, 차량 구입비도 트램 대비 50%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는 향후 국가의 지자체 도시철도건설 지원 보조금 절감을 유도할 수 있어 예산 집행의 효율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차량의 안정성과 승차감을 도시철도급으로 향상시킨 K-TRT 차량이 적용될 경우 차내 승객 안전사고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트램과 동일하게 운영이 가능해 수평승하차·정밀정차 등을 통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지역 랜드마크 기능과 도시재생 및 지역활성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