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설계자의 안전관리 의무 이행을 통한 예방형 안전관리가 정착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권한, 적정 대가, 협력체계 구축 등의 수행여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발주청의 적정 공사비와 공기가 건설안전 확보의 핵심이며 안전관리비․산안비의 일원화, 공사기간 산정근거 법제화, 공사비 공사기간 검증체계 구축, 설계변경 행정절차 간소화, 물가변동 반영 등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건설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E&E(Engineering & Engineers) 포럼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설엔지니어링 차원에서 바라본 건설안전 제고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손명수·김영환 의원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GTX-A 철근누락, 서소문고가 붕괴 사고 등 건설사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 방향과 건설엔지니어링의 역할을 논의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최근 우리나라의 건설업 연도별 사망자수는 매년 근소하게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산업 사망자의 43.2%가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 사망사고 만인률은 OECD 상위 10개국 중 1위로 OECD 평균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속적으로 법령을 강화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규제나 처벌 위주의 대책만으로는 건설사고를 구조적으로 감소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명식 한국엔지니어링회장은 “건설사업은 기획․설계 ․시공 감리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과정으로 건설안전은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발주자 등 각 참여주체들의 역할과 책임의 명확한 정립 위에서 실현될 수 있으며, 건설안전에 대한 논의가 ‘누가 더 많은 책임을 질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책임을 맡아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홍성호 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전사고 발생은 비현실적인 공사비와 공사기간, 안전성 고려 없는 설계 등 기획·설계단계의 비합리성에 기인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설계시 적극적인 안전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건설기술진흥법을 통해 발주자가 비용을 부담해 설계안전성을 검토하는 제도가 있지만, 실제로는 설계자와 용역업체가 수행하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미국과 영국 등 글로벌 국가들의 예를 들며 설계자 안전관리 의무 이행을 통한 ‘예방형 안전관리’의 정착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발주자·설계자·시공자 간 협력체계 구축 △설계자의 안전관리 책임과 권한 명확화 △안전설계 대가기준 마련 및 전문인력 역량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영현 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사후평가센터장은 현재 국회에서 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을 통해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센터장은 “건설안전특별법은 기존 안전관련 법령들(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중대재해처벌법)과 달리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 제공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공공과 민간 모두 포괄적으로 적용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적정 공사비·공사기간 제공 의무와 관련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안전관리비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설계변경, 물가변동 등 건설현장의 주요 현안에 대한 제도 개선과 공공·민간 부문별 단계적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이상호 유창E&C 부회장을 좌장으로 △윤정현 ㈜스펙엔지니어링와이엔피 대표 △기성호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안전관리기술인회 회장 △강경돈 한국도로공사 설계처장 등이 참여해 건설안전 제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패널들은 △ 시공엔지니어링 강화 △ 산안법․건진법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건설안전관리체계의 일원화 △인건비 분리책정 등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제도의 개선 △설계대가 현실화 △안전관리계획서, 설계안전성 검토 등 외주화 금지 △IPD와 같이 설계자․시공자간 협업이 용이한 입찰제도 도입 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