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 통과 ‘지하 주차장 마감·단열재 불연재료 의무화’
“자재 간 이해관계 떠나 '사회적 안전망 구축' 관점에서 접근해야”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지하주차장 마감재 및 단열재 불연재료 의무화’ 내용을 담은 건축법 개정안을 두고 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 업계에서는 지하주차장의 화재안전 성능 강화는 국민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반면, 유기단열재 업계는 일률적인 불연재 의무화는 과도한 규제 및 건축비 상승, 하자 발생 등의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은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 등 대형 화재 사고를 예방하고, 유독가스 확산으로 인한 인명 피해 예방을 위해 발의된 개정안으로, 기존 필로티 주차장 등에만 엄격히 적용되던 마감재 규정을 지하주차장 전체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핵심은 지하주차장 내부에 사용하는 내부 마감재료와 단열재는 물론 배관 등에 쓰이는 보온재까지 불연재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것.
이번 개정안과 관련, 유기단열재 업계에서는 일률적인 불연재 의무화는 과도한 규제이며, 무기단열재 적용 시 공사비 상승을 유발한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유기단열재 업계에서는 무기단열재 시공 시 동일한 단열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단열재 두께가 증가하면서 건축비가 15~20%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유기단열재 업계의 주장에 대해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에서는 전기 화재 발생으로 인한 대형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내부의 마감재료와 단열재의 불연재료 의무화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장시간 고열이 지속되고 연소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화재 안전 설계는 물론 화재 확산 방지와 피난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내부 마감재와 단열재를 포함한 건축자재의 화재 성능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존 유기단열재와 동일한 단열 성능 확보를 위해 무기단열재의 두께 증가가 이뤄질 경우 실내 공간이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 이 같은 주장은 단순히 단열재의 물성값만 비교한 것으로, 실제 단열재가 적용되는 공간의 용도와 단열의 목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천장이나 내부 마감 부위에 적용되는 단열재 두께 증가를 곧바로 실사용 공간 감소로 연결하는 것은 과장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건축비 상승을 유발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일부 특정 조건을 일반화한 것으로, 실제 건축물의 전체 공사비 중 단열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고, 지하주차장과 같이 일부 부위에 불연 단열재를 적용하는 경우 전체 건축비의 증가는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즉, 화재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 저감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공사비 비교만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유기단열재 업계는 무기질 자재의 발수성 부족으로 인한 결로 발생 및 장기 처짐 현상 등이 발생해 건축물 하자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습기가 많은 지하주차장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해석된다.
협회 관계자는 “무기단열재가 수분에 취약해 지하주차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현행 제품기준과 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의 성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평가”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내에서 제조·유통되는 무기단열재는 발수 성능이 확보된 제품으로, 지하주차장과 같은 환경에도 적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의견을 일축했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생산·유통되는 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는 KS L 9102에 따라 사용 환경별로 수분 노출 부위와 비노출 부위를 구분하여 관리되고 있으며, 수분 노출 환경에 적용되는 제품은 단기 및 장기 흡수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라스울의 화재 취약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유기단열재 업계에서는 그라스울의 화재 취약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라스울에 포함된 바인더의 열분해 온도는 300~400°C로 섬유 용융점인 600~700°C보다 낮아 실제 화재 시 붕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그라스울의 내부 바인더는 섬유를 결속시켜 형태를 유지하고 일정 수준의 탄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재료로, 바인더의 열분해만으로 그라스울 전체가 즉시 붕괴되거나 구조적 안정성을 상실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그라스울의 붕괴 위험성을 지적하는 주장은 기술적으로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며, “실제 화재에서 단열재의 성능은 인화점, 용융점, 밀도, 강판과의 결합 상태, 재료의 화재 성능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화재 상황에서 그라스울 적용 자체가 원인이 돼 건축물 붕괴로 이어졌다고 명확하게 확인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일부에서 언급하는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도 지난 2015년 대구지방검찰청 수사 결과, 강도가 부족한 부실 강재 사용, 부적정한 부재 결합, 구조설계 조건 누락, 시공상 하자 등이 주요 원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공개된 조사자료와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그라스울의 흡수성 또는 수분 함유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돼 건축물이 붕괴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
이외에도 유기단열재 업계는 특정 소재에 대한 실물시험 면제 조항을 폐지하고 조립체 검증을 필수화. 소형시험과 실물시험을 병행하며, 글로벌 수준에 맞춰 화염지속시간(tf) 판정 요소 도입 필요성을 제안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건축법이 규정한 화재성능 체계에 따라 건축자재가 불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불연시험(KS F ISO 1182)에서 질량감소율 30% 이하, 온도변화 20K 이하를 만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해외(유럽)보다 엄격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실물모형시험 도입 당시에도 국내 불연재료는 해외보다 높은 성능을 확보하도록 기준이 규정해 실물모형시험에서 제외됐다.
이어 “일부 유기단열재 관련 협단체에서 제기하는 무기단열재의 기술과 안전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주장은 충분한 실험 결과나 객관적 데이터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거나 사실 관계가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과거의 언론보도를 근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따라서 건축자재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평가는 추정이 아닌 명확한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며, 산업 간 경쟁 과정에 있어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한 건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협회 관계자는 “불연 그라스울을 비롯한 무기단열재는 품질인정제도 도입 이후 업계의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품질 개선을 통해 화재 안전성과 시공성, 단열성능 측면에서 꾸준한 발전을 이뤄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제도적 기준 강화가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과 품질 향상을 유도한 긍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며, “또한, 지하주차장을 비롯한 물류시설, 공장·창고 등 화재 발생 시 대규모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공간에 대한 안전기준 강화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건축물 화재안전은 단순한 경제성이나 자재 간 이해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