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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건설업 ‘워라밸’ 시급하다

천세윤 기자 | 기사입력 2024/05/23 [08:15]
천세윤 기자 이메일 아이콘 기사입력  2024/05/23 [08:15]
(사설) 건설업 ‘워라밸’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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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법정 근로 시간을 크게 초과하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준공 날짜가 촉박하거나 얼마 남지 않은 현장은, 하루 13~14시간 가량의 업무를 ‘강요받고 있다’는 제보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공사비 부족과 인력 확충의 어려움 등 갖가지 사정이 있다 한들, 건설사들의 전횡과 횡포가 이 정도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전 5시경 일어나 6시 30분까지 출근, 오후 8시 30분에서 9시 30분 사이 퇴근, 10시 넘어 집 도착, 5일 동안 이렇게 근무하고 이틀간 휴일, 때때로 찾아오는 당직 근무와 격주로 하루만 휴일로 들어가는 비상근무.”

 

중견 건설회사 근무 3년 차인 20대 후반 기술직 근로자의 전언이다. 1년 전 결혼한 그는, 개인적 건강과 정신적 고통을 차치하고라도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아내 걱정에 퇴직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의 비상식적 노동시간과 맞물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도 있다. 신혼이지만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작은 근심에도 쉽게 우울해 지고 있다는 얘기다.

 

현실이 이럼에도,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건설업 등 7개 업종의 지난해 근로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최소 0.4시간에서 최대 7.1시간 짧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의 경우 한국은 주당 37.9시간, OECD 평균은 39.2시간이라는 것이다.

 

반면, 최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건설기술인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청년의 75%와 여성의 45%가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근무하는 회사의 워라밸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청년과 여성기술인 각각 70% 가량이 보통 또는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건설기술인들에 대한 설문조사와는 달리, 경총의 이런 ‘비현실적’ 분석 결과는 어디에서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근로 시간에 대한 건설 근로자들의 볼멘소리는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변화되지 않고 있어 하는 말이다. 건설산업에 ‘워라밸’을 늘려야 하고,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 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단, 당사자간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과 현실이 다른 대한민국 건설현장. ‘장시간 근로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

 

최근 건설기술인협회에서 추진 중인 건설기술인들의 워라밸 실현 대책이 주목받고 있다. 협회는 건설산업의 워라밸 도입 필요성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며 건설기술인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나가고 있다.

 

협회는 워라밸 지수를 도입하는 등 실현 가능한 정책 발굴과 건설산업의 특성이 반영된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현실과 미래지향적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은 혜안으로 평가된다.

 

건설인들의 ‘워라밸’. 서류의 전산화와 배치 인원 증가 등이 필요하겠지만, 정부 차원의 건설공사비 현실화 대책도 시급해 보인다.

 

“요즘 MZ세대는 연봉보다 워라밸이 보장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산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이 가져야 할 시대적 감각이자,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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